◈ 지나는길에 살짝다녀가는

울 어머니 날 낳으시고

효정이집 2008. 6. 29. 21:09
    
    울 어머니 날 낳으시고
    
                                
    어머니 울 어머니
    날 낳으시고 골반 깊숙이
    찬바람을 꾸겨 밀어 채우고는
    미역국은 달다달다 하면서
    소재불명의 해조
    짠물 더럽게 밴 미역 한 오리 
    천정에 달랑 매달려 있네
    보리 누룽지 두엇 
    놋 술갈 총 빨다보니 윤이 자르르
    허기진 뱃구레 
    찌그러진 양푼 가득 마신 물
    문설주 귀퉁이로 쪽빛 바다 
    출렁거려 손등만 헹구고
    춘삼월 햇살이 문살에 어른대면 
    곱게 오려 포대기 하마
    손 마름질도 참 고운 한나절을
    웬수 종일 비가 내려 제 껴 
    온 삭신이 다 쑤셔오고 
    골반에 가둔 바람 풀어놓지 못한 채
    하늘 가 별이 되신 어머니
    장독대에 서성이는 바람
    뒷고샅으로 불어가는 바람 
    어머니의 그 바람일까
    춘삼월 자작나무 숲
    양수를 뒤집어 쓴 소쩍새 
    핏빛 울음이 그 바람일까 몰라
    울 어머니 날 낳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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