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님들의 시 와낭송모음집

사평역에서

효정이집 2008. 7. 4. 16:19
      사평역에서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비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같은 입술담배 연기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같은 몇앞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 줌의 눈물을 불빛속에 던져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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