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저녁
구름 몇 점
고층 아파트 옥상위에
빨래처럼 널려 있다
석양 한 솥,
산위에 걸릴 즈음 그녀는 턱을 괴고
2층 발코니에 서서 그를 본다
계단을 오르는 발자국 소리
문고리를 잡고 선
그녀의 숨소리가
벌써부터 딸그락거린다
세상바다에서
홀로 헤엄치다 온
그의 등짝에서 비릿한
시간의 비늘을 벗기는 그녀
축 쳐진 어깨위로
얇게 저민
그녀의 웃음 한 장
파스처럼 붙이면
막 건져 올린 미역귀처럼
부드러워지는 그
고실고실하게 익힌 저녁을
그가 한 숟갈 들어 올리자
그녀와 창밖 어둠은
동시에 달 하나 꿀꺽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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