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바라보며 정선아리랑을 부르는 할매들- 동강할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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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
|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날 넘겨 주게."
봉평과 평창을 지나 정선으로 향하는 길 내내 정선아리랑의 후렴구가 입가에서 맴돌았습니다. 동강 바위절벽에 피어 있다는 동강할미꽃, 동강할미를 만나러 가는 길은 멀었지만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러 가는 길과도 같아 아리랑가락 하나만으로도 설렘으로 마음이 가득 찹니다.
정선아리랑은 수집된 것만 해도 500여 곡이 넘는다고 합니다. 내용에 따라 수심편(愁心篇), 산수편(山水篇), 애정편(愛情篇), 처세편(處世篇), 무상편(無常篇) 등이 있고 엮음편(엮음아리랑)이 있습니다. 그 중 '애정편'을 소개합니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좀 건너 주게 / 싸리골 올동백이 다 떨어진다 떨어진 동백은 낙엽에나 싸이지 / 잠시잠간 임그리워서 나는 못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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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
| 할미꽃을 한자로는 백두옹(白頭瓮)이라 씁니다. 머리가 하얀 노인이라는 뜻인데, 이것은 꽃이 지고 난 뒤의 열매가 백발이 성성한 노인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보통할미꽃은 처음부터 꽃줄기가 휘어서 할머니들의 굽은 등을 보는 듯합니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동강할미꽃은 절벽에서 꼿꼿하게 하늘을 보며 피어났다가 푸른 강 동강의 봄기운이 무르익을 무렵이면 고개 숙여 동강을 바라본다고 합니다. 물론 거의 수직의 절벽이라 피어나면서부터 동강을 향하는 꽃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줄기를 기준으로 보면 분명 꽃은 하늘을 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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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
| 할미꽃의 꽃말은 '슬픈 추억' 혹은 '충성'입니다. 이 중에서도 '슬픈 추억'이라는 꽃말은 할미꽃의 전설과 연결이 되지요. 부잣집으로 시집간 큰딸에게 붙어 살던 어머니, 이런저런 설움에 쫓겨나다시피 가난한 작은 딸 집으로 가다가 객사를 했답니다. 어머니가 묻힌 무덤가에 피어난 꽃, 할머니를 닮은 꽃이라 할미꽃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동강할미꽃은 그와는 다른 전설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얼마나 추웠으면 저렇게 서릿발같은 하얀 솜털 옷을 입고 피었을까, 척박한 곳에 피어 얼마나 고단할까 생각하니 슬픈 이미지는 할미꽃과 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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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
| 할미꽃은 복통이나 두통, 부종, 이질, 심장병, 학질, 위염 등에 약으로 쓰인다고 합니다. 특히 뇌질환을 치료하는데 신통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할미꽃 뿌리는 독이 있으므로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합니다. 옛날에 할미꽃 뿌리를 사약으로 쓰거나 음독 자살할 때 달여 먹기도 했다고 하니 얼마나 독한지 아시겠지요?
왕복 400km의 거리를 멀다 생각하지 않고 동강까지 달려온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동강할미꽃'을 보고 싶다는 것 하나, 지금쯤이면 피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피곤한 줄 모르고 다녀왔습니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굽이굽이 흐르는 동강의 아름다움보다도 절벽에 핀 할미꽃 한 송이가 더 소중하게 보일 수 있는 것입니다. 그 작은 꽃이 특산품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한국특산종의 소중함을 되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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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
| 절벽 높은 곳에 핀 것일수록 아름답게 피었습니다. 어쩌면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더 아름답게 보일 수도 있겠지요. 몇 번의 시도 끝에 겨우겨우 그들 가까이 갔을 때 내 손에는 카메라가 없었습니다. 카메라를 목에 걸고 올라가기에는 쉽지 않은 곳에 피어 있었거든요.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그래, 할머니는 만났고?" "그려, 동강할미가 죽여준다. 다음엔 할머니 만나러 같이 오자." "(꽃)바람났는데 따라다녀도 될까?"
동강할미꽃들이 절벽에 옹기종기 모여 동강을 바라보며 정선아리랑을 부르는 것 같습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날 넘겨 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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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할미꽃(미나리아재비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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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동강의 바위 틈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전체에 흰털이 많습니다. 꽃은 4월 초가 절정이며 이른 꽃들은 3월 중순경에도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동강할미꽃은 변이가 심해서 붉은자주, 연보라, 연분홍 등 다양한 색깔이 있으며 한국특산종입니다.
동강안내소에 가시면 친절한 안내를 받으실 수 있으며, 그 곳에서 제공한 생태지도를 보면서 동강지역의 동식물들을 관찰하면 좀 더 깊이 있는 여행을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정선황새풀은 한창이고, 돌단풍, 얼레지, 현호색 등도 하나둘씩 고개를 내밀었으며(3월 20일 현재), 현지인의 안내에 따르면 4월 초에는 붉은자주색의 할미꽃이 많이 핀다고 합니다.
동강할미꽃 외에도 나즈막한 야산 무덤가에는 할미꽃이 많이 피어 있었습니다. 할미꽃과 동강할미꽃을 비교해서 보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 김민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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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오마이 뉴스] 김민수 기자의 글을 퍼 왔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