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나
일요일 오전, 병원의 접수실은
아직 아침을 다 열지 못한 채로
한 귀퉁이에 어둠을 오롯이 앉혀놓았다
안쪽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정문쪽 셔터를
조각난 햇살들만이 담쟁이처럼
기어오르고 있었을 뿐
평소에는 먼지 한톨도 용납하지 않았을 것 같던
그 곳에도 빈틈이 있었는가 보다
하루를 굳게 닫아 내려진 셔터를 타고
자신의 길을 트고 있던 거미는
햇살만이 걸린 그물망을 붙들고만 있을뿐
내가 그 앞을 서성거려도 놀라 피하지 않는다
이방인들은 자신에게 무관심하다는 것을
미리 알고나 있다는 듯이
내 삶 속에서도 거미 한 마리 살고 있다
반복 되어지는 일상속에서 세월을 점차 갉아먹고 있었던,
점액 방울처럼 끈적끈적한 내 안의 내가
세상 밖으로 그물을 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