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군 동학 농민봉기 기념행사의 오프닝을 劇詩로 결정하고 내게 의뢰해 와서 남녀가 번갈아가며 10여 분 시낭송을 하는동안 무대에서 고전무용을 하는데 무용에 쓸 음악은 대금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래 시는 그날 낭송할 시입니다. 이 행사에 나그네 회원들을 초대합니다.
게스트- 작시: 고중영
낭송: 고중영 윤수린
대금 :이진숙
무용: 임동천 이 송이
낭송시.
남:
인천강 뉘엿해진 늦살배기 물살도
맨발로만 달리던 농투성이들의 아우성 못자니
죽어서야 눈이 부시는 떼 나비
은행잎 노란 저 나비 떼들
빼 마른 삭신을 가지 끝에 내걸고
오뉴월 땡볕에 피 말렸으니
조바심 잦은 이승의 날개 짓 말고도
한결 가벼워진 魂은 어김없이 승천 하리-
하, 수상타 싶은 연애병 깊어진 누이의 눈길이
인천강 건너 포승줄 같은 농로만 겨누었던지
떼 나비 촉수마다 통한의 시위 당겨
정인의 주검 그 뒷소문만 겨누었던지
여하 간에
막후절충 한번 없이 허물린 목숨
그들의 어여쁜 목숨들이
인청강 저편 은행나무에서
지금 막 탈속을 시작했다.
여:
꽃이 지고 있다.
사람의 마을에서 꽃이 지고 있다.
피는 일이 무상하듯
지는 일 조차 그리도 덧없었구나.
지는 저 꽃잎마다 애간장이 다 녹아
노을로 번지고 있다.
지는 꽃잎들 노을로 번져
온 천지를 물들이니
꽃 지는 세상을 배경으로
사람들도 그토록 저물어 갔던 것이구나.
아! 모두들 그렇게 저물었음으로
그대 또한 고개를 깊이 숙인 채
삶의 한 모서리를 쓸쓸히 베이겠구나.
남:
끝끝내 터져 나온 보국안민의 함성이
총검 앞에 무참하게 도륙당한 날이 있었다.
천개를 묶어 하나가 되고
하나를 쪼개 만인이 누리자던 노릇이
섬김의 참뜻을 져바려 부질없구나.
“댓잎 솔잎 푸르다고 봄철인 줄 알지 마라”
가여운 파랑새 심장을 터뜨려 뿌린 피는
역사의 텃밭에 자유 평등의 싹으로 돋았으되
여:
피우지 못하고 시들어간 꽃들이
승전보다 어여쁘던 그 패전이
붉을 사
붉을 사
하얀 옷에 얼룩져 이토록 아픔이다.
거룩하게 일어나 아름답게 쓰러진 임들이여!
이제금 다시 일어나라
일어나 꽃이 되고 겨레의 넋이 되고
고요가 되고 묵념이 되고
나아가 떼 묻지 않은 믿음 되라.
합송:
이르되 하늘은 온후하여 땅을 덮어주고
땅은 인자하여 만물을 기른다 하였다.
섬기는 도리가 모쪼록 명정하였건만
애석타 이에 이르지 못한 세상이었으리-
말씀이 모자라 무너진 사직은 없고
가르침이 더디어 흐트러진 인륜은 없었다.
오천년을 어질게 이어온 민초들이
떨치고 일어나 회오리친 그날의 태풍
백열세 개의 디딤돌을 징검징검 밟고 와
오늘 이 역사의 현장에 뜨겁게
뜨겁게 물결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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