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나 애인
한올/김수길
가을 숲
무심코 스쳐갔던 소슬바람
호기심으로 되돌아 와
당신의 아늑한 언저리에 머물겠답니다.
똑똑 암팡진 듯
부스스한 새벽잠에 조금은 어리바리한 듯
깔끔하거나 화려하거나
그럭저럭 모나지 않은
고향 친구의 초록 미소
펄펄 열 받은 세상
파도 치는 차가운 정
요란한 잔가지 잠재우는
큰 누나의 부드러운 속삭임
가을 숲
어느 땐 고향 친구인 듯
어느 땐 큰 누나인 듯
드넓은 마음을 지닌 당신은
세상에서 제일 괜찮은 씨밀레
가을 저녁 한때
무엇이라도 줄 것 없는 나에게
당신의 잔잔한 배려는
가난한 나를 몽땅 미치게 합니다.
짓궂은 애인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