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굣길 / 이용일 낭송/유현서
내 어릴 적. 째깡이네 집 앞 골목길에서는 무시로 부지깽이가 춤을 추었지. 돈 달라고 떼 쓰는 잰 걸음 좇아 달래다 지친 젖은 손, 헛 매질 바쁘고 동구 밖 돌아 서는 쓰린 가슴엔 종일토록 소쩍새 울고 있었지. 장대 끝, 쌀 잠자리 젖은 날개 마를 즈음. 봉자네 집 앞 신작로에서는 희한한 왕복달리기 벌어졌었지. 육성회비 내 놓으라고 악을 쓰는 잰 걸음 좇아 거친 입, 늙은 걸음 아침을 흔들고 지아비 잃은 설움 토해낸 봉당에는 동전 몇 잎 찡그려 나부라졌었지. 울다 지친 어린 손 꼬-옥 안아주던 할머니 치마 속엔 꼬깃꼬깃 묵은 돈 눈물 훔치고 언덕 위 우뚝 선 초등학교는 늦은 걸음 종소리로 마중 나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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