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현서 님 낭송집◈

등굣길 / 이용일 낭송/유현서

효정이집 2008. 9. 24. 18:02

등굣길 / 이용일 낭송/유현서

내 어릴 적. 
째깡이네 집 앞 골목길에서는 
무시로 부지깽이가 춤을 추었지.
돈 달라고 떼 쓰는 잰 걸음 좇아 
달래다 지친 젖은 손, 헛 매질 바쁘고 
동구 밖 돌아 서는 쓰린 가슴엔 
종일토록 소쩍새 울고 있었지. 
장대 끝, 쌀 잠자리 젖은 날개 마를 즈음. 
봉자네 집 앞 신작로에서는 
희한한 왕복달리기 벌어졌었지. 
육성회비 내 놓으라고 악을 쓰는 잰 걸음 좇아 
거친 입, 늙은 걸음 아침을 흔들고 
지아비 잃은 설움 토해낸 봉당에는
동전 몇 잎 찡그려 나부라졌었지.
울다 지친 어린 손 
꼬-옥 안아주던 할머니 치마 속엔 
꼬깃꼬깃 묵은 돈 눈물 훔치고 
언덕 위 우뚝 선 초등학교는
늦은 걸음 종소리로 마중 나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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