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주님 시 ·낭송◈

인생 무정/이문주

효정이집 2008. 8. 29. 16:32

    인생 무정/이문주 초라해 보이는 어깨위에 내려놓지 못하는 삶의 흔적 오늘도 떠나지 못하고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 다닌다 해질녘 돌아 갈 길을 찾는 새처럼 걸어가면서 허허로운 웃음 지어보지만 고독은 숨겨 둘 수가 없다 오가는 길목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초점 잃은 두 눈 아래 내려놓을 삶의 그림자는 나부끼는 광고지 전단지처럼 나풀거리는 모습이 힘들어 보인다 벗어날 수 없는 자신의 등에는 언제든지 안고 가야할 인생여정이 있고 터벅거리는 발걸음이 얼마나 무거운지 언덕길은 몇 번을 쉬어 넘는 어설픈 나이 그 길에 노을까지 내려앉았는데 마음은 재촉하고 더디기만하다 안개 허리 두른 산등성이 아래 희미한 가로등에 불 켜지면 길가에 털썩 주저앉은 나이든 나그네는 애꿎은 담배 한개피로 시름을 잊는다 나의 삶은 날개 짓도 서투르고 꿈은 있어도 손안에 쥘 수 없는 야망 가슴 안은 휑하니 바람소리만 묻어난다 올려다보는 하늘가에 바람이 일렁이면 그어진 지평선 경계 따라 누군가와 삶을 나누어야하고 길은 끝내 나를 이방인으로 남겨둔다 어둠을 밝힌 집들의 창가에 웃음이 번지지만 부러운 시선 돌려버리는 냉정함이 겨울 속에 있는 나의 모습은 아닌데 이미 늙어 버렸구나 가슴 벅찬 행복을 비켜나갔으니 어찌 슬픈 그림자라 하겠는가 오늘도 마음 추스린다 했지만 걸어가는 뒷모습은 영락없는 노숙자 차라리 물결에 휘청이는 달빛이 아름답다 고독한 이름 흔들리고 싶은 나이는 점점 멀어지고 어디에도 내 놓지 못하는 부끄러운 손으로 오늘을 만족해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에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길을 가야 한다 모든 것이 뜻대로 될 수 없어도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 없어도 내 맘대로 그리움 한 조각 먹고 살아가도 된다면 누군가를 사랑해 보겠지만 마음이 필요한 날 그리움은 멀리 있다 너무 많이 알아버린 세상 속에서 나는 모든 것을 지고 가는 짐꾼일 뿐 다가올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인생에 불과하다 나 혼자 쓸쓸하고 외로운 것이 아니라 나이 들어가는 누군가도 외로운 것이다 늘 누군가의 앞에 서 있었기에 돌아보지 않아 보이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몰랐기에 뒤늦은 깨달음에 서러워하지만 이미 그 해답을 버린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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