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나는길에 살짝다녀가는

너를만나고싶다

효정이집 2008. 8. 29. 05:57

 

 

 

 




    너를 만나고 싶다 / 김재진


    나를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
    사소한 습관이나 잦은 실수
    쉬 다치기 쉬운 내 자존심을 용납하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직설적으로 내뱉고선 이내 후회하는
    내 급한 성격을 받아들이는
    그런 사람과 만나고 싶다.
    스스로 그어 둔 금속에 고정된 채
    시멘트처럼 굳었거나 대리석처럼 반들거리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사람들 헤치고 너를 만나고 싶다.
    입꼬리 말려 올라가는 미소 하나로
    모든 걸 녹여버리는 그런 사람.
    가뭇한 기억 더듬어 너를 찾는다.
    스치던 손가락의 감촉은 어디 갔나.
    다친 시간을 어루만지는 밝고 따사롭던 
    그 햇살. 이제 너를 만나고 싶다.
    막무가내의 고집과 시퍼런 질투. 
    때로 타오르는 증오에 불길처럼 
    이글거리는 내 못된 인간을 
    용납하는 사람.
    덫에 치여 비틀거리거나 어린아이처럼 
    꺼이꺼이 울기도 하는 내 어리석음 
    그윽하게 바라보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내 살아가는 방식을 송두리째 
    이해하는 너를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