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선우 승국님 낭송

"폭설/오탁번/낭송 선우승국"

효정이집 2008. 8. 4. 09:38
    
    폭설(暴雪)/ 오탁번 낭송/선우승국  
    三冬에도 웬만해선 눈이 내리지 않는
    南道 땅 끝 외진 동네에
    어느 해 겨울 엄청난 暴雪이 내렸다.
    이장이 허둥지둥 마이크를 잡았다.
    -주민 여러분! 삽 들고 회관 앞으로 모이쇼 잉!
    눈이 좆나게 내려 부렸당께!
    이튿날 아침 눈을 뜨니
    간밤에 또 자가웃 폭설이 내려 
    비닐하우스가 몽땅 무너져 내렸다
    놀란 이장 허겁지겁 마이크를 잡았다.
    -워메, 지랄 나부렀소 잉!
    어제 온 눈은 좆도 아닝께 싸게 싸게 나오쇼 잉!
    왼 종일 눈을 치우느라고
    깡그리 녹초가 된 주민들은 
    회관에 모여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그날 밤 집집마다 모과빛 장지문에는 
    뒷물하는 아낙네의 실루엣이 비쳤다.
    다음날 새벽 잠에서 깬 이장이 
    밖을 내다보다가, 앗!, 소리쳤다.
    우편함과 문패만 빼꼼 하게 보일 뿐
    온 天地가 흰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하느님이 行星만한 떡시루를 뒤엎은 듯
    축사 지붕도 폭삭 무너져 내렸다. 
    좆심 뚝심 다 좋은 이장은 
    윗목에 노인 뒷물대야를 내동댕이치며
    宇宙의 迷兒가 된 듯 울부짖었다. 
    -주민 여러분! 워따, 귀신 곡하겠당께!
    인자 우리 동네 몽땅 좆 되버렸쇼 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