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님들의 시 와 낭송2

가을비에 내 님 같은 시월이 가려 하네

효정이집 2008. 7. 11. 06:54

 

  

        가을비에 내 님 같은 시월이 가려 하네

        [homihomi-호미숙]


        시월이 온다기에
        맨발로 동구 밖까지 마중했건만
        반갑다는 포옹 한 번 제대로 못하고
        바람에 순간 단풍 꽃 낙화하듯
        시월이 떠나려 한다

        빗물을 함뿍 담은 맑은 어둠이
        창으로 미끄러져
        틈새로 고여 드는 가을 기억이
        시월의 끝자락을 잡고 흘러든다

        막바지 풍경에 붉음을 물들이기 위한
        무채색의 밤비는 후두기고
        아직 제대로 된 가을 풍경 하나 담지 못했는데
        서늘한 새벽 공기에 가을이 깊어간다는 것을
        느끼는 찰나 오던 시월이 벌써 가려 한다

        광고화면처럼 짧은 스침으로
        화면만 떠오르고 카피 문구 하나 기억하지 못하듯
        시월이 서둘러 가고자 이 밤에 비를 재촉하고
        무서리도 아직 내리지 않았는데
        마음의 가을은 월동준비라도 해야 할 듯
        못내 아쉬워 멍 뚫린 자리에 얼음바람 일고
        가을 밤 언저리 서성이던 시월 꽃 고개를 숙인다


        -시집 속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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