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님들의 시 와낭송모음집

바람은 새벽 산길을 걸어오고

효정이집 2008. 7. 5. 08:00

      바람은 새벽 산길을 걸어오고 벙그는 웃음 샛강에 흘리고 지우다가만 새벽녘 별빛 같은 고요 실에 꿰놓고 바람 깃털 하나 슬며시 떨어뜨립니다 서걱서걱 다가오는 아침에 몸푼 어둠 미닫이 문짝이 힘겹습니다 대강대강 살아온 바람 살 칼바람에 에인 살갗 썰어주고 눈먼 낡은 인형에 감꽃 같은 두 눈 붙이는 일 입 벌린 너덜너덜한 신발 한 켤레 직직 하품해대고 바느질한 입술로 땅바닥 흙 파먹는 일 바람은 흐르는 구름 안고 산길을 걷는데 구절초는 질경이 몸 슬쩍 훔쳐보고 마음 풀어놓은 까칠한 얼굴에 햇살 한 줌 뿌려 줍니다 곰팡이 까맣게 핀 녹슨 벽 당신 얼굴 걸고자 가슴에 못질을 해 댑니다 손가락을 찧어가며 튕겨져나가는 살핀들 길가에 핀 개망초가 살점들을 집어먹고 소슬바람결에 솜털을 날립니다 후두두 이파리를 때리던 빗방울 송이버섯 처마밑으로 숨어들던 청개구리 빈 도롱이가 그립습니다 새벽 산길 옆에 수줍게 핀 민들레꽃 한 송이가 어느새 내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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