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님들의 시 와낭송모음집

눈물마저 말라버리면

효정이집 2008. 7. 5. 07:47
    -눈물마저 말라버리면 - 박동덕 바람만 잠시 스쳐갔을 뿐 그 누구도 밟아보지 못한 길바닥의 눈을 쓸어낸다 눈꺼풀에 앉은 몇 송이의 눈꽃을 밀어내는 찬바람이 매워서일까 눈꽃 한번 피워보지 못하고 길 밖으로 내몰리는 서러움일까, 주르르 눈물이 흐른다 털썩 주저앉은 무덤가 결국은 밀려났을 이 영혼의 집에 햇살 따사로운데 좀체 그치지 않는 눈물은 발밑의 눈을 녹이고 눈 녹아 흐르는 물은 땅속에 숨어있는 풀뿌리를 밀어올린다 나는 오래도록 울고 길게 흐르는 눈물은 땅속을 스며들어 서릿발 세운 한겨울의 찬바람을 밀어낸다 눈물샘까지 차갑게 얼어붙어 길어 올릴 뜨거운 눈물마저 말라버리면 떨고 있는 저기 저 풀꽃은 누가 피우고 찬바람에 빼앗긴 나무들의 옷은 누가 입힐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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