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님들의 시 와낭송모음집

치자꽃 설화

효정이집 2008. 7. 4. 17:13
      치자꽃 설화 -- 사랑하는 사람을 달래보내고 돌아서 돌계단을 오르는 스님 눈가에 설운 눈물 방울 쓸쓸히 피는 것을 종탑 뒤에 몰래 숨어 보고야 말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법당문 하나만 열어놓고 기도하는 소리가 빗물에 우는 듯 들렸습니다 밀어내던 가슴은 못이 되어 오히려 제 가슴을 아프게 뚫는 것인지 목탁소리만 저 홀로 바닥을 뒹굴다 끊어질 듯 이어지곤 하였습니다 여자는 돌계단 및 치자꽃 아래 한참을 않았다 일어서더니 오늘따라 가랑비 엷게 듣는 소리와 짝을 찾는 쑥꾹새 울음소리 가득한 산길을 휘청이며 떠내려가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멀어지는 여자의 젖은 어깨를 보며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인 줄 알 것 같았습니다 한번도 그 누구를 사랑한 적 없어서 한번도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야말로 가장 가난한 줄도 알 것 같았습니다 떠난 사람보다 더 섧게만 보이는 잿빛 등도 저물도록 독경소리 그치지 않는 산중도 그만 싫어 나는 괜시리 내가 버림받은 여자가 되어 버릴수록 더 깊어지는 산길에 하염없이 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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