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나는길에 살짝다녀가는

아침 같은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

효정이집 2008. 7. 1. 08:28

아침 같은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 


만성의 불면 속에 어쩌다 잠이 들면
누구의 손길도 아닌 높은 곳에
새로 지어진 집 한 채만 우람하게 서 있고 
까마득한 산 아래 사는 나는 늘 혼자였죠
그래 오르다 오르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방 안 벽이 군데군데 금이 가거나
지붕 한쪽이 무너져 비가 내리곤 하지요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예전에 아름다웠던 꿈 때문은 아닙니다
꿈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칠흑의 어둠 속에서도 손을 맞잡고
한 걸음씩 더듬어 나아갈 수 있는 
함께이거나 소망일 때 가능한 겁니다
어제도 오늘도 
블랙홀 속으로 소용돌이치며
빨려 들어가는 악몽의 순간에서 
갈기갈기 몸이 찢겨나가도 전에처럼
당신을 진정 사랑한다고 
이름 부르거나
고백 한마디 없이 추락하는 걸로 봐서 나, 
어지간히 교만하고 무딘 영혼인가 봅니다
내가 하지 못하는 고백은 언제나 
처음과 끝이 동일한 당신이 하죠
끝없는 절망의 깊이를 한순간에 지우며
대신 내 이름을 부르며 덥석 받아 안는
아침 같은 당신이 있어
                                                                                                    080602


'◈ 지나는길에 살짝다녀가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월에 내리는 비  (0) 2008.07.01
당신과 눈빛을 마주하면  (0) 2008.07.01
목단꽃 당신  (0) 2008.07.01
중년을 위한 창백한 기도  (0) 2008.07.01
세상에는 새대가리가 너무 많아  (0) 2008.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