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나는길에 살짝다녀가는

쓸쓸한 아침편지

효정이집 2008. 6. 29. 21:36
    
    쓸쓸한 아침편지 /
    
    
    괜찮은가요? 
    아무 일 없는가요? 
    간밤엔 느낌표로 지새운 탓에 
    아침이 되어서야 
    그대에게 물음표로 다가서는 
    혼자 외로운 인사를 합니다 
    때론 세상에 많은 이가 
    고집스레 거대한 세력을 형성할 때 
    계산에 밝지 못해 
    감성에 치중한 삶이 가난할 수밖에 없어 
    햇살 스며드는 숲 속에서 
    바람 머무는 나뭇가지마다 詩를 써보지만 
    떠는 잎사귀 하나하나 지폐처럼 웃음 짓는 
    고달픈 유혹에 옷을 갈아입고픈 삶이어도 
    의복이 목숨보다 중하겠습니까 
    눈에 익숙하고 
    만지는 데 즐거운 인생사가 넓은 길이어서 
    고요한 샛길 같은 그대와 나 
    협곡을 지나가는 풍경이 
    어쩌면 사랑에 목숨 건 운명이겠지요 
    아, 오늘도 
    하루의 강을 무사히 건넜으면 해요 
    아마 곧 내일이 오겠지요 
    넓은 길과 좁은 길의 갈라짐 같은 
    선명한 약속이 오겠지요 
    남들은 불을 태우며 살더라도 
    우리는 부지런히 기름을 준비하고 
    오래 참고 기다리며 삽시다 
    그대여, 오늘도 강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