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풀 / 이용일 낭송/유현서
씨발놈들이!
내 웬만하면 안 그랄라캤는데
내를 자꾸 씹능겨.
지들은 손 하나 까딱 안 하믄서.
왜 내를 자꾸 근드리능겨?
날은 뜨겁지. 숨은 맥히지……
그라고 뭐라카더라? 딴 사람은 그나마 이런 자리도 엄따나?
내 원 참, 기가 맥혀서
내 열여섯 묵어부터 갱상도 절라도 충청도 안 돌아대닌데 없구만
저런 놈들은 첨 인기라.
그래 확 뒤집어 뻐렸지 뭐.
살살 빼는 꼬락써니하곤
그럴 껄 왜 그랬노?
하여간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저놈들 한텐
주먹다짐이 젤인겨.
그래도 살살 달래길래
못이기는 척하곤 수구렸지 뭐.
늙은 마누라쟁이 있재. 빈둥대는 자석새끼 있재.
그건만 아니어두……
에이, 다 그런거지 뭐. 이 바닥이
새벽같이 나와 돈 몇 푼 벌겠다고
이 때약볕에 쭈구려 앉아 있어 봐.
사능 게 뭔지? 그냥 확 디져 버리면 그만이재 하는 생각도 들더만
그래도 자석새끼 뭐라도 될까 싶어
그냥저냥 버티능거지 뭐.
내는 인자 틀렸다.
배웅 거 없재. 울 아부지 냉겨논 거 없재.
우짤겨? 그냥 하루하루 넹기능거지.
내두 어릴쩍엔 귀한 자석으루 컸재.
증손이지.외아덜이지.
울 엄니. 내를 무루팡 한 번 맘대루 못안쳐봤당께?!
울 할무니 등살이 월매나 심했던지 손찌검 한 번 못댔대닝께.
울 할아부지는 날만 새면 손자새끼 자랑인겨.
잘 났대느니. 똘방똘방하대느니.
우리 증손! 우리 증손! 하믄서
약주 한 잔 해시는 날이면 동네 할배들이 혀를 내둘렀대닝께.
그 때가 참 좋았덩겨.
그 때가 내 생애 최고 였덩겨.
이자 그럴 날이 엄겠지 뭐.
좋은 날이 있을라구?
우덜같이 밑바닥 인생들은 그려려니 하믄서 사능겨.
저 댐쟁이 맨쿠름.
내두 한 때는 잘 나갈 때두 있었구만.
이름대면 알껴.
00중공업이라구. 배 맹그는데 말여.
거거서 내 잭업반장까정 했다닝께.
잘 나갔었재. 하믄-
과장이란 놈도 내 앞에선 꼼짝도 못했대닝께.
내 앞에서 뭐라고 씨부리면
내 그날 아작 내뻐렸응께.
내 밑에 한 삼십 명 있었는디
온갖 잡놈들이 다 모이다 본께
내 이 주먹빨로 꽉잡아 뻐렸지 뭐.
수 틀리면, “오늘 땡까자” 카믄 어느 놈 하나 거역하는 놈이 없었대닝께?!
그래, 거그 공장장도 내 앞에선 꼼짝도 못했대닝께?!
증말이여!
앰에픈가 뭔가 하는 배람에 쩼겨 나와
목구녕에 풀칠해다 본께 저 놈시끼들이 날 웁씬 여기능겨.
간주라곤 쥐꼬리맨큼 주면서
내 보고 뭐래나? 싸가지가 없대나?
디러운놈들!
지들은 월급쟁이 아닌 감?
올라가 보면 뭘 할껴?
밥 세끼 먹는 건 매한가질테고.
지들은 안 늙남?
사람이 그러면 못쓰능겨.
정몽현인가 뭔가.
그 양반도 자살했다카더만.
우덜가턴 풀이파리 인생이
워쩌면 더 배쏙 편한겨.
지들이 뭘 알어?
우덜? 아침 여덟시 까정여.
집이 멀어 새벽밥 먹구 나와야 뒤야.
간주? 얼마 안뎌.
하루 만오천 원.
탁주 한 사발 들이키면 그만여~
근디 젊은 양반? 지금 뭐 하능겨?
우덜 신문에 나능겨?
2006. 12. 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