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멎고 비는 그쳤다 / 이문주
지금 어둡고 괴로운 날들이 저물고 있다
사랑하지 않은 것들이 당신을 바라봄으로서
당신이 지닌 가슴속 병들이 물러가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가 당신을 그렇게 만들어주게 되리라
당신이 몰랐던 세상이 밝아오고
생전 경험해 본적 없는 일들이 펼쳐지리라
당신 기억에서 부질없다고 생각한 것들이
당신에게 꼭 필요한 것임을 스스로 알게 되리라
세상에는 겨울이 있고 봄이 있다
때론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는 안개처럼
꽃잎도 져야 할 때와 피어날 때를 가리는 법이다
무수히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굴곡 없는 길은 없다
당신이 비통해 하고 있는 동안에도
시간은 멈추지 않고 여기까지 흘러왔다
당신의 서러움이 강물을 이루지는 못한다
다시금 흐르는 강물이 되고 싶지 않는가
멈추지 않는 기다림 속에 그리움을 만나는 것이다
오래된 고목의 가지는 부러지고 작아져있어도
우리가 열심히 가꾼다면 다시 잎새 푸르리라
가슴이 오그라들어 더 이상 무언가를 담을 수 없다면
내 가슴을 당신 가슴으로 전부다 보내 주리라
얄궂은 운명을 회상하면서 지금도 아파하느냐
이제부터 당신은 수면 위의 반짝이는 햇살이 되리라
당신이 나를 이해하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당신은 아직도 충분히 푸르를수 있기에
나의 관심으로 살아가는 나무가 되게 하리라
사랑하는 이여 내일은 희망이란 것을 잊지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