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계절

7월의 탄생꽃 수련꽃

효정이집 2008. 7. 30. 09:36
[이주의 신작시]‘달 긷는 집’
 
수탉 울음 아득히 먼 데서 흘러왔다가 전설처럼 사라져간
불같은 땡볕 여름 한낮의
신화 같은 고요 속에서
자주색의 수련꽃 일흔일곱 송이가 피어 있는 연못은
가슴 저리는 요염한 숨결 수런거리는
꽃들의 아방궁
벌거벗은 채 목욕하고 나서 꿀벌들과의 상교(相交)를
바라는 끓는 피들
감나무 그늘에서 그 아방궁 내려다보며
가슴 두근거리고 있는 늙은 토굴 주인
아, 당신의 세월, 덧없이 가고 있습니다.

-한승원 시 ‘여름 한낮의 고요 속에서-사랑하는 나의 허방


시집 ‘달 긷는 집’(문학과지성사) 수록

고향인 전남 장흥에 ‘해산토굴’이란 집을 짓고 젊은이 못지않은 창작 에너지를 발산하는 작가 한승원씨의 네 번째 시집에 수록된 시. 시집의 어느 대목에서 “도 닦는다는 것은 벗에게 전화를 걸어 술 한잔 하자고 보채고 싶은 것을 이 악물어 참고 흘러가는 바람 경전, 구름 경전을 읽는 것”이라고 했는데 그런 그의 여름나기를 엿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