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새벽,수종사에서 띄우는 편지 효정이집 2008. 7. 4. 16:26 새벽,수종사에서 띄우는 편지 오래된 절집에서는 그 세월만큼의 향기가 납니다. 물방울 소리보다 맑은 수종사(水鐘寺) 첫 종소리가 운길산을 넘을 때 마당을 걸닐어 봅니다. 마치 외가집 마당에서 느꼈던 아련한 그 무엇이 배어있군요. 낡고 오래된 것들의 특징 중 하나는 냄새에서 소리가 들리고, 소리에서 향기가 난다는 것... 천년간 아침 저녁으로 흐르던 풍경소리와 독경소리는 아마도 중생의 청각으로 스며드는 옛 사람의 향기였을 것입니다. 달빛보다 하얀 목련이 여명보다 일찍 세상을 밝히고 있군요. 은행나무를 맴돌던 바람 한 줄기가 절집 처마 끝에 머뭅니다 삼라만상이 일제히 숨죽인 듯한 이 적요로움 속에서 오직 청아한 풍경 소리만이 홀로 바람을 증명하는 것 같습니다. 그건 풍경 소리였을 수도 있고, 바람소리였을 수도 있으며, 어쩌면 앞마당 목련꽃 터지는 소리였을 수도 있습니다. 눈을 감고 오감(五感)을 활짝 연 이들에게 바람과 풍경을 끝간 데 없이 향기로운 소리로, 그리고 더할나위 없이 청아한 향기로 숨결처럼 휘감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마음이 먼저 환해지면, 그리고 풍경소리가 그 날 따라 유난히 맑게 들리거든 가슴을 열어 살며시 하늘을 담아 볼 일입니다. 어쩌면 선계(仙界)에서나 들을 법한 바람과 풍경의 소리들이 가슴에 한 송이 연꽃으로 피어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시간이 소멸한 뒤에 남는 기억들은 그 시간이 머물렀던 공간의 모습으로만 남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소리로,때로는 향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