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님들의 시 와낭송모음집

눈 위에 쓰는 하얀 편지

효정이집 2008. 7. 3. 07:34

눈 위에 쓰는 하얀 편지
-오미숙-
가을 그리움의 진통이 끝나는가 싶으면
긴 겨울 동안 
사랑의 동면을 요구하는 계절입니다
이별의 찬바람이 불어와 건조한 마음 한구석
몇 잎 남지 않는 추억의 잎새마저 떨군다해도
기다림을 노래하며 
외롭지 않은 겨울을 보내렵니다
깊은 겨울,
흐린 불빛이 삭풍으로 흔들리고
가녀린 여인은 우수에 잠겨 
긴 밤을 새우는 동안
달빛은 처마에 걸려 풍경처럼 댕강입니다
맑은 밤,
설원에 편지를 써내려가다 
흘러내린 눈물이
하얀 별꽃 가루가 되어 
눈 위에 쏟아집니다
흰 눈에 쓴 하얀 편지 
그 누구도 읽을 수 없지만
오로지,
당신만은 읽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눈송이만큼 내 마음이 새겨진 편지를 보내드리니
짧은 입맞춤의 꿈을 꾸면 
당신의 화답으로 알겠습니다
낭송:셀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