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정이집 2008. 7. 1. 08:27

목단꽃 당신 


사람된 내가 
인간에게 상처투성이가 되어 
깊은 산 속에서 약을 들이켤 즈음 
발아래 피를 토하며 피는 꽃을 보았다
당신도 길 없는 벼랑 끝에 서서 
나보다 먼저 약을 먹었는가 
천만에요, 
눈보라 속에서 준비해온 삶 
겁탈당하려는 순간 놀라 
한꺼번에 피는 사랑으로 비명을 질렀습니다
대명천지에 인간보다 독한 약은 없어
해독의 방법으로 크게 벌린 가슴
강간의 길에서 부끄럼 없는 시대의 얼굴들이
갓 태어난 처녀를 찾아 두리번거릴 때마다
내 심장은 바람 없이도 초조했으나
아흔아홉 가지 그리움을 버려서라도
한 사람의 절망하는 사랑을 품기 위해
밤이면 전신을 오므립니다
밤이든
낮이든
나는 더 바라볼 길이 없으니
그대 속에 들어가 강물처럼 흘러도 좋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