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나는길에 살짝다녀가는

그녀 포도주 잔에 비가 내린다

효정이집 2008. 7. 1. 07:35
        
        그녀 포도주 잔에 비가 내린다
        
        
        눈물샘이 깊은 사랑일수록 
        이별과 만남은 같은 것 
        항상 첫날밤의 손톱자국만을 남긴다며 
        비가 내려도 
        밤마다 초승달이 손톱으로 
        중천에 쓰러져 
        모아둔 물을 쏟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녀 창백한 얼굴이 포도주에 물들자 
        입술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 
        순간 나는 잔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침실 바닥에 
        물방울의 파편이 튀어오르고 
        유리창을 깨트리며 들어오는 장대비 
        내 뼈는 골다공증의 
        이별을 깎아내며 
        그녀 검은 숲을 향해 
        서서히 다가가고 있었다 
        그녀 포도주 잔에 비가 내린다 
        뼈와 뼈가 부딪히자 
        초승달만 손톱 속에서 산산이 부서지며 
        새파랗게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