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정이집 2008. 7. 1. 06:32

    사랑은 / 雲悲 박종영
    
    
    사랑은
    성냥 골을 움켜쥐고
    육각의 처마 밑에서 
    꺼낸 그리움을 
    다닥다닥 진드기처럼 붙은 
    삶의 이정표에 
    빗금 튕기듯 그어대는 행위 
    사랑은
    벌름거리는 깔다 귀의 숨소리를
    당신이라는 가슴팍에
    힘껏 내 몸을 그어
    남폿불에 불을 밝히는 일
    사랑은
    서로 아픈 상처를 꼭 움켜쥐고
    몸을 던져 
    나를 그대에게 버리는 일
    하나의 목적어 앞에 
    작은 동사로 움직여
    두 명사로 부딪쳐 
    무언가를 주고받는 일
    사랑은
    활활 타오르는 정열로 
    무언가를 표현하기 위한 
    몸짓으로 대답하는 것
    날카로운 칼날로 
    서로 발톱을 깎아주는 것
    이름 모를 문장부호로 
    문자를 보내는 일
    사랑은
    서로 믿음에 감사하며 
    손발을 닦아주는 일
    사랑은 아름다운 꽃입니다
    시들어도 추하지 않은
    아름다운 형벌입니다